아무튼 코카콜라 제로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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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사람에게 노벨상을 주자

정말이다. 나는 제로 음료를 만든 사람들에게 노벨 평화상쯤은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고, 몸에 나쁜 것은 맛이 있는 불공평한 세상이다. 홍삼 액기스, 도라지 즙, 두릅이 몸소 증명하고, 마카롱, 초콜릿, 맥주가 보증한다.

하지만, 제로 음료들이 나오면서 내 생각이 180도 뒤집어졌다. “아니, 맛이 있는데 칼로리가 없어? 이거 완전 댕꿀이잖아!” 그렇게 나는 아직도 매일매일 펩시제로, 코카콜라 제로, 나랑드사이다 제로를 달고 산다. 과장 없이 하루에 500ml 이상 섭취하고 있다.

특히 학창시절 소아비만이었어서,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도 칼로리에 민감한 나로서는 제로 음료에게 노벨평화상을 주고싶다.

불신론자

하지만, 최근들어 나의 습관적 제로 음료 섭취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이 맛있는걸 평생 먹고 1~2년 일찍 죽는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야 그거 실제로는 0칼로리 아니라 살찔 수도 있대”, “인공감미료 먹으면 장내미생물에 영향이 가서 몸에 안좋대요”

스승을 원망하고 불신했던 유다와 같이, 나의 내면에도 점점 나쁜 생각들이 들곤 했다. ‘그럼 그렇지, 맛있는건 역시 몸에 다 나쁜건가봐’ 불신은 점점 깊어져 코카콜라 제로에 대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했던 순간은 유튜브에 ‘코카콜라 제로’라고 검색했을 때이다. 당연히 ‘코카콜라 제로 vs 펩시 제로 맛대결’,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 끓이면 결과가 달라진다?’ 와 같은 영상들이 먼저 검색될 것이라고 추측했던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체질을 바꾸는 제로 콜라의 불편한 진실’, ‘제로콜라 의학리뷰: 과연 문제가 있을까요 없을까요?’와 같은 불신이 충만한 제목의 영상들이 가장 먼저 상위에 등장하였다. 특히 제일 위에 있던 체질을 바꾸는 제로 콜라의 불편한 진실 영상의 경우 의느님들의 리뷰 영상이었는데, 인공감미료의 영향으로 장내미생물총이 변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다. 이대로 두면 안된다. 마치 흡연자가 공익광고를 보고 흡연을 그만두는 것처럼, 애주가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금주를 하는 것처럼, 나도 나약하게 금-‘제로콜라’를 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튼 문제 없어

그래서 나는 “아무튼”을 해버리려고 한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아무튼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제일 먼저, 의느님들의 영상에서 소개된 nature지에 실린 논문이다. 이 논문은 기본적으로 무균쥐에게 실험을 하고 있다. 나는 쥐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감미료의 대표주자로는 사카린을 사용했다. (물론 수크랄로스나 다른 감미료도 사용한 연구결과도 있지만 내 알바 아니다) 코카콜라 제로에는 사카린이 사용되지 않는다. 다시 보니까 사람한테도 실험을 했다. 하지만 평균 연령이 40세가 넘는다. 나는 28세이다. 28-36세 실험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건 대상이 7명밖에 없다. 부정확할거다. 그리고, discussion section에서 사람에 대한 실험은 ‘personalized response’가 나왔다고 말한다. 즉, 장내미생물총이 바뀌긴 하는데 개인마다 다르고 사람들의 식이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쥐가 아닌 사람이고, 사카린이 들어있는 제로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며, 나이도 젊고, 미생물총이 나쁘게 바뀌지 않을(아무튼 그래야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아무튼 코카콜라 제로는 나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단 2주의 저칼로리 감미료 섭취가 장내미생물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abstract 논문도 있다. 평균 연령 30세에 평균 BMI 24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단 2주간 저칼로리 감미료를 섭취시켰을 뿐인데도, 장내미생물총의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장내 세균도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도 대상이 29명밖에 없다. 그리고 abstract 논문이면서 citation도 적다. 심지어 인공감미료 실험 섭취량이 코카콜라 제로 1.5L에 포함된 양이라고 한다. 세상에 누가 이렇게 많은 양을 먹는다고 ㅎㅎ (나도 가끔 이만큼 먹을 때가 있지만 가끔이다. 정말.. 가끔이다! 진짜로!) 그러니까, 아무튼 코카콜라 제로는 나에게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하나하나 “아무튼”을 해버리는 것 보다, 모든 면에서 나쁘지 않음을 보이는 리뷰페이퍼를 찾아내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여기 정말 훌륭한 WHO의 ‘health effects of the use of non-sugar sweeteners’ 를 다룬 발간이 있다. 일단 WHO라는 이름만 들어도 듬직한 세계 보건 기구에서 발간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다. 연구는 수백 개의 설탕이 아닌 감미료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들은 분석한 리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제외, 기준치를 넘는 감미료를 사용한 (이런 못된!) 연구들도 제외되었다. 그리고 이 훌륭한 연구는 2형 당뇨, 비만, 암, 치아, 식습관, 천식, 알러지 등 정말 많은 결과들에 감미료들이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정리해놓았다. (왜 장내미생물총 변화에 대해서는 없을까? 혹시..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이를 이미지 한 장으로 요약한 것이 아래 이미지이다.

보다시피, 의미있는 연구들에서 대부분의 경우, 미세한 (low, very low) 건강상의 영향이 있거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특별하게도 low한 영향을 받지 않을(제발) 나에게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ㅎㅎ

이렇게, 코카콜라 제로는 아무튼 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불신을 내려놓고 제로 음료들을 마음껏 마셔야겠다.

여담

당연하게도 이 글은 쓰잘데기가 1도 없는 글이다. 그냥 제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데, 하도 유튜브나 언론에서 ‘의혹’, ‘문제’, ‘위험’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을 갖다붙여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인공감미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제목을 가진 논문들이 많이 존재한다. ‘절대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vs ‘혈당을 올린다’와 같이 말이다. 도대체 뭐가 맞는건지.. 조금만 다르면 몰라도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게 아이러니하다. 인공감미료를 쓰는 회사들의 연구지원비와 인공감미료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연구지원비가 웅장한 싸움을 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하여튼,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제로 음료를 섭취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나는 지금 적!절!하게 음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의학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느꼈다. 방구석에서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의학과는 완전무관한 내가, 인터넷에 물어보면 언제든 의학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논문에 나오는 ‘No outcome of interest’ 라는 용어 때문이었는데, 뭔가 outcome, interest, exposure 이러한 용어들이 유독 의학 논문에서 많이 보였고 그냥 내맴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stackexchange에 질문을 올렸고 훌륭하신 분에게 훌륭한 답변을 들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기술적인 것 말고 일상에서 생각나는, 경험한 내용들도 올려봐야징

References

  1. https://researchnow.flinders.edu.au/en/publications/low-calorie-sweeteners-disrupt-the-gut-microbiome-in-healthy-subj
  2.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0046429
  3. https://www.youtube.com/watch?v=Ji5lIiK-eVc
  4. https://static.diabetesselfmanagement.com/pdfs/DSM0310_012.pdf
  5. https://genie.weizmann.ac.il/pubs/2014_natur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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