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GHT IT, 될놈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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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GHT IT

회사 동료분을 통해 소개 받은 책에 관하여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을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평소에 경영 전략이라든지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들을 혐오하곤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아니야?’라고 생각되는 대목을 수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진짜 기발하다’, ‘아 이렇게 업무를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와 같은 깨달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실패

실패는 과연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때론 나조차도 실패는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대부분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실패한다. 유능하게 실행해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한다. 즉, 아무리 유능하고 똑똑하고 완벽하게 실행한 아이디어조차도 시장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디자인도 뛰어나고, 엔지니어링도 철저하며, 마케팅도 화려한 상품/아이디어는 어째서 실패하는 것일까?

애초에 안 될 놈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수요가 없는 아이디어가 시장에 출시되면 아무리 유능하게 실행해도(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적극적인 투자

하지만 사업이 실패한 사람들 중 수요가 없는 아이디어를 실행한 사람이 있을까? “사돈에 팔촌까지 물어봤는데 진짜 창의적이고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어요”, “평가단을 모집하고 의견을 종합해봤는데 출시되면 산다고 응답한 사람이 80%를 넘었어요”.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로 억울해한다.

이러한 ‘의견’은 명확한 ‘데이터’가 아니다. 사람들은 굳이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처주기 싫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냥저냥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평가내려버리는 것이다. “아뇨? 이 아이디어는 정말 멍청하네요.”라고 말해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의미없는 ‘설문조사’,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확장하거나 제품 개발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우리는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는지를 통해 아이디어를 평가해야한다. 적극적인 투자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시간과 돈이다. 내 아이디어에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시간 혹은 돈을 투자한다면, 이는 아이디어 자체가 ‘될 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나만의 데이터

될 놈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에 맞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해야한다. 즉, ‘이 정도면 될 놈으로 판단할 수 있겠다!’라고 나 자신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가설을 세워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검증의 프로세스는 ‘시장호응가설’ 즉,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구매할까? 얼마나 자주 이용할까? 등에 대한 나의 비전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여자친구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생각해보고 있다고 하자. 그럼 시장 호응 가설은 ‘진짜 여자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다면, 솔로인 사람들은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 여자친구를 이용할 것이다’가 된다.

그러나 이런 시장호응가설은 너무 애매모호하다. 이용하는 것이 구매를 의미하는지 얼마나 자주이용하는 지 등에 대한 서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XYZ가설을 세워야한다. XYZ가설은 ‘적어도 X퍼센트의 Y가 Z할 것이다’라는 템플릿을 통해서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 세워본다면 ‘적어도 20퍼센트의 솔로인 사람들은 진짜 여자친구처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인공지능 여자친구 서비스를 100만원에 구매할 것이다’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계점이 있는데, 이 XYZ가설을 당장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전세계의 솔로인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겠지만, 내가 이 사람들 전부에게 가설을 검증할 실험을 진행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더 작은 범위 (xyz)로 가설을 축소하여야 한다.

당장 솔로인 사람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예를들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솔로만 들어오세요-라는 방이 있고 내가 여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럼 나의 XYZ가설은 작은 xyz가설 ‘적어도 20퍼센트의 카카오톡 -솔로만 들어오세요-방 사용자들은 인공지능 여자친구 서비스를 100만원에 구매할 것이다’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시장 호응가설에 맞는 여러 가지의 xyz가설을 세울 수 있다. ‘적어도 50퍼센트의 솔로기간이 10년 이상인 인터넷 카페 사용자들은 인공지능 여자친구 서비스에 월 구독료를 3만원씩 낼 것이다.’ ‘적어도 70퍼센트의 솔로인 내 친구들은 앱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남길 것이다’ 와 같이 말이다.

프리토타이핑

그치만, 아이디어를 구현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나아가 어떻게 내가 세운 가설들을 검증해볼 수 있을까?

책의 저자는 가설 검증을 위한 도구로 프리토타이핑을 제시한다. ‘프리토타이핑’은 전통적인 시제품 개발 ‘프로토타이핑’과는 다르다. 전통적으로 시제품을 개발하는 행위는 ‘이 제품을 실제로 만들 수 있나?’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정식 제품 개발보다는 덜 하겠지만, 실제로 개발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긴 시간과 상대적으로 큰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프리토타이핑은 ‘이 아이디어를 실행해도될까?’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을 이용하여 테스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가지 프리토타이핑기법 중 내 인상에 강하게 남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메카니컬 터크 프리토타입

기계인 척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여자친구 앱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나 이 앱 개발했으니까 써 봐’라고 말하고는 실제로는 내가(인간이)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을 써본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 지를 개발 전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 가짜 문/외관 프리토타입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보는 것이다. 인공지능 여자친구 앱을 설명하는 웹사이트를 빠르게 제작한다. 그리고 설명과 함께 ‘앱 다운로드 바로가기’, 혹은 ‘앱 구매하기’ 버튼을 만들어 놓는다. 진짜 관심이 있는 사용자라면 해당 버튼을 클릭할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이 얼마나 구매 혹은 사용 의지가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일종의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버튼을 눌렀을 때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던가, 실제 비용을 들여 서비스/제품을 만들어 보상을 해야할 것이다.

3. 상표바꾸기 프리토타입

말 그대로 상표만 바꾸는 것이다. 책을 팔고 싶다면 이미 있는 책에 표지만 바꾸어서 서점에 비치해본다든가, 음식을 팔거라면 음식의 라벨만 바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표만 바꾼거니까 사용자/소비자가 집어들었을 때 가서는 말로 실험 중이었다고 잘 설명해야겠지만…

데이터 분석, 그리고

이렇게 각종 xyz 가설들과 그를 검증하기 위한 프리토타이핑 기법들을 생각해냈다면, 실행할 일만 남았다. 이 실험들을 통해 나만의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고, 결과를 검증하며 내 아이디어가 과연 될 놈인가를 평가할 수 있다.

‘적어도 20퍼센트의 카카오톡 -솔로만 들어오세요-방 사용자들은 인공지능 여자친구 서비스의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할 것이다’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가짜문 프리토타입을 만들어 버튼 클릭 수를 셀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인 40퍼센트가 이를 클릭했다면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 지인 또는 평가단에게 ‘인공지능 여자친구 서비스 어때요?’라고 물어봤다면 될 놈인데 안 될 놈으로 평가를 받거나 안 될 놈을 될 놈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투자, 프리토타입을 통한 검증과 나만의 데이터 만들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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